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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2008년도) 이 영화를 개봉하는 극장이 몇 관 없어서 힘들게 극장을 찾아다니며 봤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2018년도에도 재개봉했지만, 다시 큰 스크린으로 단발머리 살인자를 또 볼 엄두가 나지 않아 그때는 가서 보지 않았습니다.

이 영화는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이코패스 살인자 캐릭터를 본 영화라 무척 기억에 남고, 또 그만큼 후유증도 커서 한 동안 단발머리 남자를 기피하게 만든 영화이기도 합니다. (어쩜, 저런 여성스러운 단발을 하고 무섭게 살인을 하는지...)

미소만으로 사람을 공포스럽게 만드는 안토쉬거 역 '하비에르 바르뎀'

오래전에 본 이 영화에 대해 이제 와서 리뷰를 쓰는 이유는 요즘 같은 현실에 이 영화가 시사하는 바가 딱 맞아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본 영화는 2005년에 발표된 코맥 매카시의 소설 ‘No Country for Old Men’ 을 영화화 한 작품인데요, 다들 아시겠지만, 독특한 영화를 잘 만드는 코엔 형제가 만든 영화입니다. (전 잔인한 걸 잘 못 봐서 코엔 형제의 '파고'를 보지 못했습니다.)

스토리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카우보이 웰린 모스가 우연히 마약거래 중 총격전이 벌어진 곳에서 돈 가방을 발견하고, 그것을 훔쳐 가서 갱단 두목이 사이코패스 살인자 안토 쉬거를 고용해 모스를 쫓고, 또 보안관 벨은 안토 쉬거를 쫓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내가 너무 스토리를 간단하게 썼지만, 사실 이 영화는 스토리 자체보다 시대배경과 인물이 갖는 의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에서 나레이션을 하고 있는 보안관 벨, 그는 오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스스로를 베테랑이라 생각하는 은퇴를 앞둔 보안관입니다.

초반 나레이션이나 그가 말하는 것을 보면 그는 과거의 영광에 집착하는 인물이며, 무기력한 자신이 아닌 예전과 달라진 세상을 탓하는 성격입니다.

그리고 그와 근무하는 젊은 보안관은 자신이 모든 사건을 쉽게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단순한 인물입니다.

그 젊은 보안관은 안토 쉬거를 초반에 쉽게 체포하지만, 그를 대수롭지 않은 범죄자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방치한 바람에 그에게 바로 살해당하고 맙니다.

이 영화를 이끌고, 이 영화를 몰입하게 하는 인물 안토 쉬거는 사이코패스 살인자입니다.

안토 쉬거가 산소통(?)을 들고 다니면서 조용하게 살인하는 장면은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끼칩니다. 

그는 동전을 던져 살인을 결정하는 예측불허의 인물입니다. 침착하고, 치밀한 데다 일말의 동정심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그가 왜 중요하냐면, 위에서 말했다시피 그는 예측불허라 통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보안관 벨은 오랜 경험을 가진 베테랑이지만, 그를 잡을 수 없습니다. 

벨은 그를 쫓긴 하지만, 한참 느려, 그가 사람을 죽인 현장을 주로 찾아다니는 무기력하고, 무능한 모습을 보입니다. 그리고 실제 그와 마주할 상황에 도달했을 때는 겁을 먹고 숨은 채 그를 잡지 못합니다.

이렇게 아무도 잡을 수 없는 치밀한 살인자는 어이없게 교통사고가 납니다.

그는 분명 신호도 확인했고, 백밀러도 확인했지만, 그가 예상하지 못한 옆길에서 차가 튀어나와 그의 차를 들이박았습니다. 물론 사고로 죽지는 않지만, 크게 부상을 당하죠.

치밀한 그도 사고는 예측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뽑는 이 영화의 핵심 장면은 바로 이 사고 장면입니다. (물론 이게 명장면은 아닙니다.)

어떤 사람들은 정해진 규칙에 맞춰 살면, 모든 사고를 예방하고, 통제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말합니다.

사고는 아무도 통제할 수 없다고-

세상은 정해진 틀대로 흘러가지 않는데, 아직도 사고(생각)가 올드한 사람들은 그걸 인정하지 않고, 자신들의 경험을 토대로 틀에 맞춰 살면 모든 사고를 예방하고,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세상은 계속 변할 것이고, 기존의 틀은 변한 세상에 적용할 수 없습니다.
오랜 경험을 가진 보안관 벨이 새로운 형태의 범죄자를 잡지 못한 것처럼, 과거의 경험은 새로운 상황에 대처하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마지막 엔딩 장면은 보안관 벨이 꿈속에서 아버지를 만난 장면을 이야기하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벨은 꿈속에서라도 죽은 아버지에게 도움을 받고자 하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세상은 계속해서 변화하기 때문에 과거의 룰에 집착하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는 겁니다.
급변하는 세상을 사는 현재 우리에게 이 영화가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해 오래된 영화지만, 리뷰 써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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