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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라임오렌지 나무(My Sweet Orange Tree)

저자: 조제 마우루 지 바스콘셀루스

 

요즘 서점에 가면 자존감 높이는 방법에 관련된 책이 넘친다. 
그리고 베스트셀러에 있는 책들은 하나같이 부자되는 법이나 혹은 혼자 어떻게 잘 살 것인가에 대한 책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것만 봐도 우리가 지금 사는 세상이 얼마나 각박하고, 자기중심적이며, 이기적인지 알 수 있다.


내가 작년에 잠시 회사에 다녔을 때, 함께 근무한 여직원이 겨울에 자신이 어떤 할머니가 얼음판에 미끄러져서 일어나게 도와준 이야기를 여러번 반복한 일이 있었다.
이야기는 '한 할머니가 얼음길에 미끄러졌는데, 다들 출근하느냐 바빠 아무도 할머니를 돕지 않아 자신이 일으켜주려다가 핸드폰 액정이 깨졌다. ' 라는 말이었다.
그 사람이 처음 그 말을 꺼냈을 때는 별로 대수롭지 않은 일상적인 얘기로 들었다.
그리고 그 사람이 2번째 같은 이야기를 했을 때는 '꽤나 자신의 선행이 뿌듯했나 보네.' 라고 생각했다.
그 후에도 달달이 4번 더 같은 말을 반복했을때는 난 그 사람이 살면서 어지간히 선행을 잘 안하는 사람이라는 걸 눈치챘다.
도대체 평소에 얼마나 선행을 하지 않으면 고작 할머니를 일으켜 세운 작은 선행을 몇 번을 반복해서 말하는 걸까? 정말 어지간히 선행을 안하는 사람인가 보다 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나도 살면서 그런 작은 선행은 여러 번 해봤지만, 그걸 굳이 떠올려서 남에게 말하지 않을뿐더러 보통 그런 작은 선행은 행하고도 바로 잊어버린다. 왜냐면 그걸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
나중에는 이 사람이 혹시 그 때 할머니 때문에 핸드폰 액정이 깨진 게 속상해서 같은 말을 계속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의심도 들었다.
내가 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그 사람을 비난하기 위함이 아니다.
어쩜 그 사람은 아주 평범한 한국인의 표본에 가까운 사람일지 모른다.
나도 한국인이라, 굳이 한국인을 폄하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런데, 솔직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작은 선행에 인색한 것은 부인할 수가 없다.
내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작은 선행을 남에게 몇 번씩 과시하고 싶어할 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은 작은 선행을 잘 행하지 않는다.
내가 예전에 호주 여행을 했을 때, 난 그 곳 사람들이 선행을 너무 자연스럽게 행하는 모습에 무척 감동했다.
보통 호주는 인종차별이 심하다고 알고 있어서 난 동양인인 나를 차별할까봐 솔직히 약간 걱정을 했었다.
그때, 난 여행용 케리어를 끌고 다니며, 혼자 여행 중이었는데, 놀랍게도 내가 긴 지하철 계단 앞에 설 때면 부탁도 안했는데, 지나가던 행인들이 내 짐을 들어 준 것이다. 
내가 그들에게 진짜 감탄한 이유는 그들이 너무나 쿨하게 정말 짐만 계단 맨 위까지 들어주고는 내가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전에 각자 자기 갈 길을 가버렸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그토록 쿨하게 선행을 하는 사람을 한번도 보지 못했기 때문에 난 그게 너무 신선했다. 
한국에서 내가 본 선행자들은 대부분 고맙다는 말을 듣고 싶어하거나 또는 자신의 선행을 남이 알아주길 바라는데, 호주에서 내가 만난 선행자들은 나의 감사 인사에 관심이 없었다.
그들에게 작은 선행은 생활의 일부처럼 자연스러웠다.
난 그들을 보면서 선행은 저렇게 하는 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한국으로 돌아갈 때도 난 한 선행자의 도움을 받았다.
그때, 나는 공항 안이 너무 넓어 어디 라인에 서야할지도 헷갈려서 두리번거리며, 계속 티켓을 살피고 있었는데, 그때 한 외국인 부부(부부 중 남편분)가 나에게 '도와줄까요?'라고 말을 걸었다.
그래서 나는 티켓을 보여줬더니 그는 친절하게 나를 티켓에 적힌 라인까지 안내해주었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아내가 그런 걸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남편이 다른 여자 깻잎만 떼어줘도 난리가 나는 마당인데, 외국에서는 선행을 행하는데,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도 무척 신선했다.
한국인은 세계에서 알아줄 만큼 부지런하고, 머리도 좋은 민족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행복지수가 낮고, 자살율은 높으며, 외국에 나가면 '어글리 코리아'라는 말을 듣는 이유는 어쩌면 우리가 선행에 인색해서 일지도 모른다.
분명 우리나라에서도 외국 만큼 큰 성금을 내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선행을 생활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게 행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유감스럽게도 나는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자신의 선행을 과시하지 않고, 생활의 일부처럼 조용히 자연스럽게 행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물론 나도 TV를 통해 크게 성금을 내거나 위험 상황에서 사람을 구하는 사람은 본 적이 있다.
이게 바로 함정이다.
우리나라 사람은 돈으로 성금을 내거나, 목숨이 위험한 특수 상황에서만 선행이 필요한 줄 안다.
그러기에 한국인은 아직도 선행을 특별한 행동으로 여기기때문에, 평소에 자주 자연스럽게 작은 선행을 반복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선행을 특별한 상황에서만 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어서, 자원봉사나 성금처럼 티나게 선행을 하려 한다.
선행은 원래 타인을 생각하는 이타성에서 나와야 하는데, 이상하게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기 과시나 남이 자신을 좋게 봐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선행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나는 한국에서 일상처럼 자연스럽게 작은 선행을 티나지 않게 반복해서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분명 한국에도 이타적인 사람은 존재할 것이다.
나도 어릴 적에는 꽤 이타적인 사람이었기에 한국에도 어딘가에는 작은 선행을 반복하는 이타적인 사람들이 존재할 거라고 확실히 믿는다. 그런데 갈수록 그 수가 점점 더 적어지는 것 같다. 어찌보면 이는 사회 분위기때문일 수도 있다.

갈수록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들에게 선행이나 이타성의 중요성을 가르치지 않는다. 그저 부자가 되는 방법만을 온 힘을 다해 가르치고 있다. 가정이나 학교나 어디서든 오로지 경제적 성공, 부자가 되는 것만을 중요시한다.

그나마 사회적 안전을 위해 예의나 법은 중요시하기 때문에 도덕성은 강조하는 편이지만, 그것만으로 사회는 따뜻해지지 않는다.

따뜻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이타적인 사람이 반드시 필요하다. 
물론 그들은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의 제제처럼 이타성을 가졌음에도 버릇 없고, 예의 없는 사람으로 평가받을 수도 있다.
사실 이타성과 예의는 별개의 문제이다.
예의는 사회에서 정한 틀에서 비롯된 것이고, 이타성은 남을 돕고자하는 선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준법정신이 강한 사람이나 예의가 있는 사람은 흔히 볼 수 있지만, 이타적인 사람은 흔히 볼 수 없다.
한국 사람들은 주로 말투가 부드럽고, 예의가 바른 사람을 착하다고 생각하며, 어떤 분야에서 천재부자가 된 사람을 존경하지만, 나 개인적으로 (예의가 없어도) 작은 선행을 생활의 일부처럼 티내지 않고, 자연스럽게 행하는 이타적인 사람을 착하다고 생각하고, 그런 사람을 존경한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아직 한국에서 그런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어서 한국에서 내가 존경하는 사람은 우리 엄마가 유일하다.
참으로 유감스럽다.
똑똑하고, 머리 좋은 사람보다 이타적인 사람을 찾는 게 더 어려운 이 세상(시대)이 진심으로 유감스럽다.
그래서 나는 가끔 제제처럼 순수한 이타성을 가졌던 어린 시절 내가 그리워 질때가 있다.
중학 시절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나는 정말 통곡하듯 펑펑 울었다.
그리고, 이 책은 다시 읽어도 너무 슬픈 이야기다.
이 책이 슬픈 이유는 첫 번째는 순수한 제제에게 폭력을 행하는 그의 아버지 때문이고, 두 번째는 너무 슬픈 현실 때문에 제제가 순수함을 버리기 때문이다.
제제는 너무나 순수하고, 이타적인 아이였는데, 그의 아버지는 그것을 보지 못하고, 제제가 예의가 없다는 이유로 5살짜리 아이에게 엄청난 폭력을 휘두른다.
정말 안 좋은 환경에서 탈선할 수 있는 제제에게 '포르투가(마누엘 발라다리스)'라는 착한 아저씨가 나타나 그에게 선행을 베풀고, 사랑의 따스함을 알려준다.

 


마지막은 너무 슬프니까 스포는 하지 않겠습니다.

요즘 같이 순수함과 이타성이 외면받은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해 추천합니다.
어릴 적 순수하고, 이타적이었던 자신이 그리워지면 읽어보세요.
분명 그 시절 순수함을 다시 느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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