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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드라마

중경삼림(Chungking Express)

멀티서퍼 2020. 9. 11. 01:33

추억의 영화 '중경삼림(Chungking Express)' , 1994 제작

어리석은 사람은
인연을 만나도 몰라보고,

보통 사람은
인연인 줄 알면서도 놓치고,

현명한 사람은
스쳐도 인연을 살려낸다.

- 피천득

 

수필가 피천득님의  '인연' 이라는 이 짧은 시를 읽을 때마다 세상에 스치는 인연을 살려내는 현명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왜냐면 나 포함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시에서 말하는 어리석은 사람이나 보통 사람에 포함되지 않을까요?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사람과 스치지만 그 중 자신의 인연을 알아보는 사람은 소수 일 겁니다.
설사 알아본다해도 우리는 보통 사람이기 때문에 대다수 그 인연을 놓치고 살 것입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정신 건강을 위해 자기 합리화를 하겠죠.
그 사람은 내 인연이 아니었다고,
그 사람이 내 운명이라면 언젠가 다시 만나질 거라고.
이렇게 우리는 사랑 앞에서는 운명론자가 되어버립니다.
하지만, 진짜로 언젠가 과거의 운명이라고 생각한 사람을 다시 만난다 하더라도 이미 둘 다 기혼자가 되어있다면 그들은 또다시 스쳐지나가는 인연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토록 운명적인 사랑을 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운명적인 사랑을 기다림으로 살려내는 영화 '중경삼림'을 소개할까 합니다.
이제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었기에 전처럼 이런 자유롭고, 퇴폐적인 느낌의 이국적인 홍콩 영화는 앞으로 없을 거라 생각하니 더욱더 예전 홍콩 영화가 그리워지네요.
아마 20대분들은 이 영화가 생소할 수도 있습니다. 25년 전에 나온 영화니까요.
하지만 30-40대라면 이 영화를 대부분 봤을 겁니다.
특히 왕가위 감독 팬이나 양조위 팬이라면 10번 이상 본 사람도 많을 겁니다.
저도 이 영화를 3번 정도 본 것 같습니다.
양조위 팬은 아니지만, 이 영화에서 양조위 눈빛 연기는 정말 여심을 녹이는 최고의 눈빛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여자가 저런 눈빛으로 쳐다보는데, 안 넘어갈까? 라고 생각할 정도로 이 영화에서 그의 눈빛 연기는 매력적이었습니다.
거기다 왕페이(왕정문)은 너무 귀엽고, 스타일도 좋아서 지금봐도 매력있고 예쁩니다.
그래서 저는 중경삼림의 이야기는 중 개인적으로 재밌게 본 양조위와 왕페이의 사랑이야기만 소개하겠습니다.
페이는 삼촌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일하게 됩니다.
그녀는 20대 특유의 발랄함과 자유로운 개성을 가진 아가씨라 'California Dreamin' 크게 틀어놓고, 몸을 들썩이며 일합니다. 


그리고 그런 그녀에게 가게의 단골 양조위가 말을 건네고, 그녀는 그에게 호감을 느낍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 남자 여자친구가 있습니다.
하지만, 운명은 그녀의 편이었습니다.
양가위의 애인인 스튜어디스가 이별의 편지와 함께 그의 집 열쇠를 가게에 맡기고 갔습니다.
이때부터, 페이는 낮에 그의 집을 들락거리며 전 애인 스튜어디스의 흔적을 없애는 청소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 남자 둔해도 너무 둔합니다.
집이 한참 바뀐 후에야 애인이 돌아온 거라고 착각합니다.
그러다 우연히 페이가 자신의 집을 청소하고 있는 장면을 목격하고 달려갑니다.
당황한 페이는 숨바꼭질하듯 숨어있다 몰래 집을 빠져나갑니다.
그제야 페이의 사랑을 눈치챈 양조위는 그녀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기 위해 '캘리포니아'라는 가게에서 그녀를 기다립니다.
하지만, 그녀는 오지 않고, 대신 패스트푸드점 주인이 그에게 편지를 전달합니다.
그는 이별의 편지라 생각해 편지를 보지도 않고 휴지통에 버리지만, 다시 돌아와 비에 젖은 편지를 열어봅니다. 편지는 비에 젖어 글씨가 다 엉망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스튜어디스가 된 페이는 자신이 일했던 삼촌 가게를 다시 찾아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자신이 예전에 즐겨듣던 'California Dreamin' 이 흘러나오고, 자신이 짝사랑했던 양조위가 가게 주인이 되어 있습니다.

양조위는 그녀가 전한 편지 안에 있던 펜으로 그린 티켓을 건네며, 장소가 안 쓰여 있다고 말합니다. 
그녀는 다소 새침한 모습으로 다시 주겠다고 합니다. 


펜을 잡고, 냅킨에 티켓을 그리는 그녀를 양조위가 지긋이 바라보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아- 세상에 저런 남자가 있을까요? 
영화니까 존재하겠죠?
아무튼 영화 속 양조위는 자신의 인연을 알아보고, 기다림으로 결국 그 인연을 살려냈습니다.
현실에서는 일어나기 어려운 사랑이지만, 언제 봐도 흐뭇한 영화 '중경삼림'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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