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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

멀티서퍼 2020. 6. 29. 14:25

인생은 내게 무언가 하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그린다.
" Life obliges me to do something, so I paint."

세상에는 천명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직업들이 몇 개 있는데, 그중 하나가 예술가라고 생각한다.
예술가는 하늘이 내린 재능을 지녔으니 당연히 그들의 직업은 천명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오랜만에 미술관 나들이를 했다.
거의 10년만인 것 같다.
예전에 화가병에 걸렸을 때는 종종 미술 전시관을 찾아다녔는데, 어느 순간 다른 것에 정신이 팔려 그림 자체에 흥미를 잊고 살았다.
그러다 작년부터 취미로 캘리그라피를 배우며, 붓을 다시 잡으니 슬금슬금 화가병이 도져 그림에 대한 흥미가 다시 생겼다.
그래서 몇 달째 버스 정류장에 붙어 있던 천을 쓴 채 키스하는 남녀 그림 포스터를 보고, 르네 마그리트 전시회를 찾아갔다.
이 어려운 시기에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면 인터넷으로 감상해야 할 판이지만, 그림은 인터넷으로 보는 것과 실물을 보는 것과의 차이가 커서 큰맘 먹고, 인사센트럴뮤지엄을 찾아갔다.
인터넷 접수를 하면 할인이 된다는데, 현장에서도 국민카드로 결재하면 3천원 할인을 해준다니 기꺼이 현장에서 국민카드로 결재하고 입장했다.
사회적 거리를 강조하는 요즘이지만 주말이라 전시회장은 사람이 북적거렸다.
주말 저녁이라 커플이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지만, 의외로 나처럼 혼자 그림을 보러 온 사람들도 적지 않아 반가웠다.(물론 그들은 내가 반가워하는 줄도 모르겠지만^^;)
르네 마그리트는 살바도르 달리, 막스 에른스트와 함께 대표적인 초현실주의 예술가다.
초현실주의 예술가들의 상상력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통할 만큼 기발한데, 이런 아이디어는 보면 확실히 그들은 천재가 분명했다는 생각이 든다.
르네 마그리트도 자신의 실험정신이나 철학을 그림에 잘 표현했는데, 내가 보기에는 '원대한 여정'이라는 작품이 특히 그의 실험적 아이디어를 잘 표현한 작품처럼 보였다.

원대한 여정 1926

물론 내 개인적 취향은 '연인들' 이라는 작품이다.

연인들  1928

천을 쓴 남녀가 키스를 하는 이 작품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어릴 때 자살한 어머니의 얼굴에 잠옷이 덮여 있던 장면을 그가 직접 목격했기 때문에 그 기억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팡토마스' 소설 주인공이 천이나 스타킹으로 얼굴을 가리고 등장하는데, 거기에 영향을 받은 거라는 사람도 있지만, 실제 그는 그것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기에 왜 그가 천을 쓴 채 키스하는 연인을 그렸는지는 알 수 없다.
사실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면, 당시 사람들의 위생상태가 안 좋았기때문에(특히 유럽은 더러울 정도로 안 씻었고, 양치도 잘 안했으니...) 작가에게 결벽증이 있어서 이런 그림이 나올 수도 있긴한데...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별로 철학적이지 않은 이유라 이런 말을 직접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m^ 
아무튼 요즘같이 코르나가 유행하는 시기에 너무 적절해 보이는 그림이다.
아마 코르나 때문에 지금 연인들도 저 그림처럼 키스를 하고 싶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아, 저렇게하면 딥키스는 불가능하겠구나-)

이런, 나의 망상이 또 글의 맥을 끊었네...

전시장 안에는 그림 외에도 다양한 체험 공간이 있는데, 나는 멀티미디어체험공간이 기억에 남는다.

사방으로 꽃이 떨어지는 영상은 현기증이 날 정도로 인상 깊었다.

여하튼 입장료는 3천원을 할인 받아도 1만2천원이라 좀 비싸다고 느낄수도 있겠지만,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좋은 영감을 얻을 수 있으니 이 돈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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